진디는 딱따구리보다 휠씬 게으르다. 열심히 이 나무 저 나무 날아다니며 구멍을 파는 딱따구리와 달리 잎의 혈관에 주둥이를 박고 가만히 붙어 있다. 하지만 다른 동물은 흉내 낼 수 없는 독특한 방식으로 수액을 쭉쭉 빨아 댄다.

나무의 피는 진디의 몸을 통과하고, 진디는 그것을 튼 물방울 모양으로 만들어 항문으로 배설한다. 수액에는 진디가 원하는 단백질(성장과 재생산에 필수적인 영양소)이 아주 소량밖에 없기 때문에 진디는 많은 양의 수액을 마셔야 한다.

그중에서 필요한 영양소만 걸러 내어 섭취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탄수화물, 특히 당분은 그대로 다시 배출된다. 진디가 사는 나무에서 끈적거리는 비가 내리는 것도 다 그런 이유 때문이다.

다들 경험이 있을 것이다.

단풍나무 밑에 자동차를 세워 놨는데 다음 날 아침에 보니 유리창이 완전히 더러워져 있다. 단풍나무가 진디의 습격을 받은 것이다.












나무
피터 볼레벤